4전 5기 - 백금반지 스페셜 제작기

 

특별한 디자인을 가지고 오신 고객님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일반 14,18K로 제작하면 아주 간단히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백금으로 제작하기에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었죠..

그래도 그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왜 그렇게 어려운가...
아래 도면을 먼저 살펴보면
백금 + 18K골드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에 반지 메인에 각각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셋팅되는 심플한 형태입니다.
심플한 형태일 수록 완성도가 높아야만 반지가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마무리가 깔끔하게 떨어져야 하는 디자인입니다.

사실 백금이 아니라
18K 화이트골드에 18K골드가 접합되는 디자인이라면 어려울게 없지요..
그러나 『 백금은 녹는점이 1772도이고 금은
1062도 이어서 700도 이상차이가 나기때문에 두금속을 붙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

아래 사진은 2번의 실패를 겪은후 3번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사진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보이지요..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겉면에는 이상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반지 안쪽을 자세히 보시면 약간의 흠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흠은 접합과정에서 18K가 녹아서 생긴 흠입니다.
아~~ 자세히 안보면 잘 보이지 않고 더군다나 반지안쪽이어서 반지를 꼈을 때는 티도 안나는데...
.
.
그냥 넘어가느냐 ...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국 다시 제작하기로.....

사진을 보시면 18K가 녹은 부분이 보이시죠.

 

 

백금과 접합하려면 적어도 17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어야 하는데 18K는 1000도 못견디고
녹아버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용융점이 낮은 약한 금속을 매개로 접합할 경우 접합라인이 보여서 완성도가 떨어지게
되지요..

 

 

열심히 회의를 합니다. 
현실적으로 두금속을 녹여서 붙인다는 것은 어렵고..
다른 방식으로 접합을 해야하는데..

 

결국 기계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요..
반지 옆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얇은 핀을 관통시켜서 양쪽을 접합해서 마무리하는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7mm라는 얇은 반지옆면에 구멍을 뚫는 정밀한 작업을 해야하는데
인간의 능력으로는 무리라고 판단
정밀한 작업을 하는 기계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바늘처럼 얇은 드릴날이 판에 반지형상을 깎고 있습니다.
드릴날이 너무 얇기 때문에 쉽게 부러진다더군요.
그래서 한번에 0.5mm씩 얇게 여러번 깎아야 한다네요..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자 그래서 나온 반지 형태입니다.
기계라서 그런지 꽤 정밀하더군요 (사실 아주 정밀합니다^^)
겉면이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사이즈와 구멍의 크기 그리고 반지두께도 정확한 사이즈로 나왔네요
그러나 지금 이 재질은 왁스라는 재질로 충격에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조심조심해서 다루어야합니다.
이제 이형태를 가지고 주물작업을 해야겠지요.

 

 

 

주물작업을 거쳐 1차로 폴리싱을 한후에 백금에는 18K선을 붙여놓았습니다.

 

 사이즈가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이제 결합하고
그 결합부분을 마무리해주면 1차 폴리싱 작업이 끝나겠지요.

 

 

 

 
이제 드디어 완성된 사진을 올리는군요..
반지 안쪽으로 Enzo각인과 두분의 결혼일을
레이저로 새겨드렸습니다.
백금부분에는 사파이어를 그리고 18K부분에는 다이아몬드를 셋팅해 드렸구요.
착용감도 묵직하고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게..

정말 보람을 느낄 만한 반지입니다.

 

물론 이 반지를 실제로 착용하실 분들은 위의 고된 과정을 모르는채, 착용하시겠지만
저에게는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는 "작품"이라고 하고 싶네요..
(아마 이런 고된 과정을 거친 반지이니만큼, 두분의 약속을 굳건히 지켜줄 수호신이
되어주지않을까요?..^^;)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 작업이었습니다.

제품이 완성 되어져서 고객님의 손에 까지 전달되는 과정에는 많은 이들의 손이 거쳐갑니다.
먼저 공방에서 제작을 하는 "장인"들이 가장 많은 손을 들이게 되고
공방에서 제품을 검품하는 "출고 담당자"들의 손을 거쳐
중간에 제작품을 유통하는 "중간상인"들에게 전달이 되지요.
"중간상인"들은 "소매판매상"에 제품을 넘겨주면
최종적으로 "소매판매상"이 "고객님"께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지만
사실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제품의 경우 제품을 가장 꼼꼼히 많이 보는 사람은

직접 만드는 "장인" 과 "고객" 입니다.

중간단계의 "출고담당자","중간상인","소매판매상"들이 아무리 꼼꼼히 제품을 본다한들
고객님과 제품을 만드는 장인 보다 잘 볼 수는 없죠.
그래서 제품을 만드는 장인은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려하고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요.

하물며,,저희는 직접 만들어서 중간과정없이 "고객님"께 직접 제품을 넘겨드리니...
어찌 조금의 흠이라도 쉬이 넘길 수 있겠습니까?  (넘치는 장인정신~^^; )

아주 조금의 차이가 결국은 큰 차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저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지만... "명품"이라는 먼 길을 가야하는데 잊어서는 안될 마음가짐이라 생각됩니다.

제목은 4전 5기 이지만 실제로는
 5전 6기의 과정이었습니다.
당연히 처음 말씀드린 기일을 훌쩍 넘겨버렸고요..(다행히 서두르지말고 꼼꼼히 제작을 부탁하셔서..)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정리를 해보면,

『 다른사람은 몰라도 만든 사람은 안다.』

장인정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 부분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잊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고마운 작업』이었습니다.